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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우리는 내세울 것이 없어요. : 내 손톱 밑 가시가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다. 관리자 2019. 06. 29

개인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개별적인 것이어서 그 크기를 상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내 손톱 밑 가시가 가장 고통스러운 법이니 말이다.

 

지니의 발달장애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나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지니 정도라면 뭐가 문제이냐 하는 말을 듣기도 하고, 또 그런 시선을 받기도 한다. 나는 이런 시선을 겸허히 수용하며 지니의 성장 교육 체험의 기록 내용으로 논문을 쓰고 책을 쓰게 될 때까지는 지니와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내 삶의 과정이 어떠했든" 2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나름대로 지니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며 길을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하며 조용히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애포트폴리오의 이해,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니를 예로 들 수밖에 없게 된 요즘에 이르러 지니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성인이 된 지니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한계점이 있는데 현실과는 어울리지도 않는 시선에서 상대적으로 움츠려야 하는 묘한 지경을 겪기도 한다.

 

장애라는 것이 가져 올 현실인식을 하며 좌절하고 절망하며 때로는 분노하고 부딪치며 맞서기도 하며 오늘에 이르렀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과정을 겪지는 않는다. 

학령기를 마치고 졸업한 이후에, 또는 사회에 나가면서 성인기의 만만찮은 시간을 방황하다 직업재활시설에 입소하는 성인들이 있다. 성인기에 접어들어 사회적응을 하지 못하고 은둔의 시간을 보내다 갈 곳을 찾아 뒤늦게 장애등록을 하게 된 케이스들이다. 

그러니 뒤 늦게 함께 지내게 된 장애가 있는 동료들과 지내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가족들은 학령기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처음 겪게 되는 장애이다. 모호한 지경일 수도 있는 그 상황을 수용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은 부모의 지혜이며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계선급이라 말하는 이런 이야기는 발달장애인 부모들 사이에서 오히려 주목받기 어렵다. 어려서 지니와 함께 특수교육을 받은 부모들과 관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어쩌다 지니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는 꼭 덧붙인다. 

'... 잘나서 미안하이' 

그러면서 서로 웃는다. 오랜시간 함께 지내면서 내용은 살짝 다를지라도 우리는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지역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부모, 교사 연수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강의를 마치고 질문을 받겠다고 했을 때, 예의 날카로운 목소리의 질문이 날라왔다. 

'선생님네 아이는 보여줄 것이 많잖아요. 우리는 내세울 것이 없어요' 

 

혼란속에 있는 특수교육과 장애인복지, 그 중심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이 있다. 

장애를 받아들이기 버거운 학령기시절에는 당사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드러내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현장이나 사회가 당사자와 가족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내가 하지 않는 이야기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이 사회가, 이 세상이 알아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니 그 속을 함께 들여다보며 해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

자녀를 관찰하고 기록해보자는 이야기, 그 과정은 자녀에 대한 관심이며, 그 변화를 느껴보자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주어진 지루하고 긴 시간, 스스로도 초라해보이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의 이야기이다.

 

지니가 어렸을 때, 부모교육에서 들려주었던 이미 훌쩍 성장한 당사자의 이야기는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당장 지니와 실랑이하며 내 앞에 직면한 그 시간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최선이었고 그 시절 부모교육 강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며 계획을 세운다거나 목표를 정하기에는 당장의 우리 모습도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지니와 순간순간에 충실하며 지냈던 시간의 기록이 필요하더라고 말한다.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지나온 경험의 크기만큼, 고민했던 시간의 길이만큼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니 유치부에서 고등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부모님들과 한자리에서의 만남은 애초부터 무리였을 것이라고 나를 위로하기로 한다. 

아~~ 오늘은 디테일을 놓쳤구나.

 

부모님 : 여기서는 안돼요.

나 : 왜요? 

부모님 : C이니까요? 

나 : 요청하세요. 요청하시면 되지요. 

 

강의 중에 주고 받았던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지역이어서 안될 것이라 생각하지 마시길,... 

주고 받았던 이야기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관에 알아보고 C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중재해야겠다.

  

발달장애가 있는 개인은 누군가의 돌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개인적인 돌봄의 정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볍고 무거운 사람들로 구분하려한다. 그러나 돌봄은 각자적이며 개별적이다. 삶 또한 일회적이다. 장애라는 범주에 있는 사람들은 누군가는 떨쳐내지 못해 애쓰는 평범을 추구한다(지니의 스토리텔링 p212). 

https://brunch.co.kr/@lifeportfoli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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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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