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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 'say say 에세이, 여덟번째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관리자 2020. 04. 02

‘say say 에세이, 여덟 번째 이야기’ 를 위한 이야기

 

기쁨나무와 첫 만남은 20174월 주말 트레킹 참여부터였다. 그해 사회복지사자격 과정 실습을 이곳에서 하며 본격적으로 가까워졌으며, 실습 기간 중 가을 여행에 자폐성 장애가 있는 딸 지니(가명)와 함께 참여하여 ‘say say 에세이, 여섯 번째 이야기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리기도 했다. 나는 그 내용을 나의 저서 지니의 스토리텔링(정은미, 2018)’에도 실었다.

 

나는 2017년 기쁨나무와 만났다고 했지만, 아마도 그 시작은 딸 지현이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니가 20대의 끝 무렵이 되었고, 내 나이 또한, 50대의 그 무렵이 되고 보니, 어짜피 태어나 하나의 길을 가는 것인데, 이른 순간에 갑자기 그 길이 정해져 버린 당혹감과 좌절의 시간을 오래도록 견디다 보니 이제야 보이는 것이 있다.

한 가지에 지속적으로 몰입하며 긴 시간 동안 커리어를 쌓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위대함이 눈에 보인다. 배 희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그런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기쁨나무 숲이다.

 

몸살기를 느끼며, 살금살금 소극적으로 참여했던 이번 여행에는 ‘say say 에세이, 여덟번째 이야기’에 실리기 위한 여행 후기가 아닌, 책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처음에는 마치 덫에 걸린 심정으로 어떻게든 장애에서 헤어나고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새도 없이 지니의 손을 잡고 치료 교육기관을 10년 돌아다녔고, 멀리 넓게 보며 장애를 제대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특수교육을 공부하며, 다시 특수교사가 되어 교육현장으로 들어갔다. 지니의 엄마, 발달장애인의 부모인 특수교사의 눈으로 11년을 지냈다. 그 와중에 성인이 된 지니의 진로 탐색을 위해 이런저런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것도 자기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가 있는 개인을 이 사회가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이해해 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이것을 풀어보고 싶었다. 나는 이런 고민을 당시 23년 지니의 성장기록을 담은 생애포트폴리오를 주제로 논문을 썼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장황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기쁨나무 숲의 책 작업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발달장애인 부모의 한결같은 관심은 부모의 역량이 더 이상 미칠 수 없는 어느 순간 이후에 대한 염려이다. 발달장애의 생애주기별 지원에 대한 요구에 따라, (근로자 50인 이상 직장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법정의무교육이 되는 등) 이 사회는 장애 감수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런데 발달장애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가 어렵다.

 

장애를 이해한다는 것은 장애의 정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부모, 가족, 그리고 사회의 지원체계 내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현재 대부분의 생활 시설에서 거주인 현재의 삶은 있으나, 지난 삶의 기록은 없는 실정이다. 자기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매개가 되는 지난 삶의 이야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소중했던 사람과 순간들이 있으며 지난 삶에 대한 추억이 있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생활시설 거주인 당사자의 삶의 기록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 면에서 기쁨나무 숲의 ‘say say 에세이작업은 바로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펼쳐놓고 언제든지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담긴 기록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이 바로 발달장애인의 삶을 사진과 간단한 메모로 기록하는 생애포트폴리오의 이해와 필요성을 알리는 일이다.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쁨나무 숲의 ‘ay say 에세이작업의 예를 이야기 한다.

 

세상은 미처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로 빠르고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다. 세상의 빠름과 복잡함에서 한발 비껴있는 기쁨이 싹트는 나무는 그런 와중에도 한결같이 일상을 유지하며, 꾸준히 기쁨의 싹을 티워 이제 사단법인 기쁨나무 숲으로 재도약한다. 그리고 나도 기꺼이 기쁨나무 숲과 함께하는 이사가 되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기쁨나무 숲의 ‘say say 에세이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기쁨나무 숲의 출발을 기념하는 2019년 겨울 여행, 앞으로도 주~~욱 계속되기를 바라며, 이 또한 예쁜 추억이 담긴 책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기쁨나무 숲 아래 행복한 가족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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